보람이 시집가던날
언니와 난 신부보다 더 들뜨고 신경썼다.
심지어 내 결혼식때도 아므렇지 않았건만,
신부드레스가 단아하고 예쁘다
가슴과 어깨를 다들어낸 드레스를 입지않아
얼마나 이쁜지
유행에 뒤쳐진 늙은이 같다고 비난들 하지 말길
벗어 드러내고 감추어 숨겨야 할때가 확실히 구분되어야 한다는게 내생각이니
좀다른 방법으로 결혼식을 하길 원했는데
역시 관습과 통념의 벽을 허무는덴
기나긴 시간이 필요한 듯 싶다.
어쨎거나
우리사회에서 여자가 이날만큼 아름다울 수 있는날은 다시 안올터이고
고생문은 화알짝 열려있으니
이날만이라도 아낌없이 축하나 날려야 할일
부디
성불하길...아멘
가히, 축제라 할만한 결혼식답게
축하와 격려와 꽃다발같이 수다한 덕담들로 넘쳐난
이날은
보람이만큼 내게도
뜻깊은 날로 기억될 것이다.
상숙과 명숙,
이둘은 나의 유년과 청소년기를 따뜻한 기억들로 채워준
친사촌과 외사촌이다.
이런저런 소소한 이유와 혹은 짐작할 수 없는 이유로
수년간 소원했던 관계가
회복되어질 기미가 보였으므로...
옥경,
찬바람 쌩쌩나게 새침한 그녀도
시간의 부침을 겪어 두루뭉술해진 건지
좋은날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그녀의 변화는 반갑고 다정하다
뜻밖의 행보였지만 진심이 담긴 그녀의 축하는 흠뻑 받을 만하다.
그동안 무관하게 살아온 관계지만
좋은 지인으로 남을것임을 확신한다.
두루두루 나의 옆지기노릇을 충실히 해준 그도
보기에 좋았더라.
슬리퍼차림으로 바쁜틈을 내서 와준 석순도
반갑고
큰일치루고 경황없는데 와서 밥도 안먹고 간 서현은 서운하다.
............................................
그냥 하나마나 한 말 몇마디,
결혼식장 앞에 차려논 축의금 접수대
이날 상우가 그자리에 앉았는데
보조가 누구였는지 늦는 바람에
갓!
잔뜩 멋내고 뽐낸 신부이모가 그자릴 차고 앉아
잠깐 돕는다는 일이...
그자리에서 돈봉투 확인해서 방명록으로 옮겨적는 일이었다.
갓! 갓! 갓
우리네 같이 서민들은 쉽게 고칠 수 없는 관습이지만...
아
그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천박하기 이루 말할 데 없는
행태라니...
돈받는 상 떡하니 차려놓은 것도 낯뜨거운데
그자리에서 꺼내 액수 확인까지.
그동안 뿌려놓은게 있으니
누구라도 쉽게 걷어치울 수도 없고
이거
어떠케 안될까.. 안되겠니...하지 말아야 할 일 맞지?그지?
품앗이가 원뜻은 참 좋은데
요컨데 방법이 문제잖아 그것도 아주 못쓰게 변질된...
5월1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