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은...
계획에 없던 헛간철거를 해서
봄내내 땀흘려 가꿨던 나의 마당이 쑥대밭이 되던날,
....부터
쭈욱 뒤숭숭한 여름을 보내야 했다.
사연인즉,
문진부부가 앞집을 사면서 부터 상주하는 객식구가 하나 늘었고
여름휴가로 들락거리는 손들과
틈틈이 다녀가는
가족혹은 친지들의 세끼밥을 해결해 내느라
끈질긴 무더위와 땀으로 보냈다는 얘기다.
그뿐이랴
서리태콩 모종을 내어 밭에다 한껏 심고 남은것이 아까워
마당구석구석에 심은 것이 화근이었다
세상에나
콩이 그렇게나 무성히 크는것인 줄 알았던가
온갖 기화요초로 아름답던 마당이
시커먼 콩잎으로 뒤덮여
그만, 보는 즐거움을 빼앗가 가버렸으니...
이제 서늘한 바람과 더불어
봄부터 공들였던 농작물들을 한두가지씩
수확하는 재미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하는 짓은 꼭 이렇다
소꿉살이 하듯...
고추를 매일 따서 말려야 하는데
태풍과 장마로 날씨기 도와주지 않으니
헛간 부순자리에 임시로 고추말리기용 비닐하우스를 만들었다
꽤나 야무진 솜씨다.
열흘쯤 전에 참깨를 베어다 말려놓은 걸
털어보니
아무렇게나 심어 돌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큰되로 한되 가웃 나온 것 같다.
내 생전 국산 참깨를 내손으로 농사지어 먹어보다니
멀리있는 신에게가 아니라
이웃집 경희에게 우선 감사할 뿐이다
수세미 꽃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사랑방 창문넘어 하늘을 향해 피어오른 자태가
제법이다.
목화씨 얻어다 심었더니
애잔한 꽃을 피워냈다
내년 마당한켠엔 이것들로 가득 채울생각이다
솜받아서 베게를 만들 것이다
우리토종식물에서 받은 종자는
이듬해 심으면 반드시 나온다는데
종자가게에서 사다 심어서 수확한 씨로는
발아가 안된단다.
다국적기업 몬산토의 횡포라니
열심히 주변의 모든 씨앗을 받아 모으려고
빈병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는데...
황당하다
도무지 씨라는 것이
언제 어디에 어떻게 매달리는지 몰라 못 받는게
더맣아...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 대부분이다.
시골살이...아직 머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