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대기

잠깐 노동후, 긴 휴식

발작2022 2011. 5. 18. 01:05

 

 

 

어젠 마당에 나가 봤던가

기억이 가물하다

아주 오랫만에 낮잠을 잤다.

무려 5시간동안이나

일어나 보니 저녁해거름 이었다.

선잠깨고 일어난 어린애 처럼

멍하고

괜시리 서러워진 저녁나절

 

 

경희씨 사과밭에 접과 두시간남짓 도와주고

낮엔 헛간내부 마무리 페인트 칠하기 잠깐..후

 

 

 

 

밤 11시 인터넷 서핑중 만난 {리차드막스 원모어타임} 볼륨업 해놓고 반복듣기 하고있다.

이정도로 행복충만 하다니

축복된 삶이라 해야하나

누추하고 남루한 삶이라 해야하나.

 

따져본들 대수랴

 

브라우니를 집에서 아주 초간단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오늘 행복지수 높인 것중 하나.

마트에서 브라우니믹스를 만난 건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 만큼이나 내겐 경이로운 일이다

비유가 넘 과했나?

아흐 이 부족한 어휘력과 빈곤한 상상력이여...

 

아뭏든

내가 만든 브라우니를 꼭꼭 씹어먹으며

아까부터 머릿속을 맴도는 그리스인 조르바

대체 이아저씨 왜 오늘 내머리에서 떠나질 않는 건지

어디서 빌미가 됐는지 도통...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아마 20년도 더 전인것 같다.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한 연도는 모르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얼마나 조르바아저씨께 매료됐었는지

살면서 틈틈이 그책을 다시 사서 읽어야지 하며 생각만으로 지내온게

오늘까지 그예 다시 못읽고 지내왔겄만

이제 필히 읽어봐야 할 때 인가부다.

내안에 든 나도 모르는 어떤 본능이 그걸 요구하고 있는때인가 싶다.

요즘이

 

아 자유롭고 방만한 영혼이여

 

쓰다보니 젊은날 읽었던 책 중에 이담에 꼭 다시 읽어야지 하며 놓친책이 또 한권있다.

재독일 한국작가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책의 내용과 정서는 앞서말한 조르바와는 전혀 다른 감동을 주었던 책이다.

이책은 3년전까지 지속적으로 강박?을 주던 책이다.

왜 3년전이냐고?

이것 또한 내 삶의 이력이랄까 흐름이랄까 그런 것과 관련된 본능적인 욕구 아닐까.

 

이곳, 김천에서의 생활은 TV가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독서량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긴긴 밤 모하겠노

영화 다운받아 보기도 지겹고,

인터넷 서핑도 하다하다 지치면

그저 등허리 펴고 편하게 누워서 할일이란게 책읽기 밖에

 

하여,

 

 

600여 페이지분량 두권짜리

소장본 김대중 자서전

지난 3월에 시작하여 드디어 다 읽었다.

 

 

일단 너무 재밌다

 

내 일생을 통하여 수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난 책조차도 편식이 심하여

학교교과서, 성경책 수필이나 산문집, 누구누구자서전은

절대 안읽는 사람인데(참 못됐기도 하지 좋은건 하나도 안읽어요)

자서전은 노무현자서전 이래 두번째다.

 

 

이시대 참다운 거인을 만나다.

 

 

참 무식했다. 그동안 나를 포함하여 김대중을 함부로 말한 대다수 우리국민들.

잠깐 젊어한때, 보수언론사 밖에 없던 그시절

나 역시 김대중을 대수롭지 않게 구태연한 3김으로 함께 묶어 분류한적이 있었슴을

부끄럽게 고백한다.

그리고 그분께 사죄한다. 몰라뵈서 죄송하다고 너무 무지했노라고.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탁월한 외교능력과 정치지도력에 

명석한 두뇌와 해박한 지식을 갖춘 세계적인 정치인 이라 해도

 

그가 존경받아 마땅한 이유는

정작,

단 한번도 그가 갖고있던 정치적인 신념을 져버리지 않았다는 것

그 어떤명예와 권력과 부를 제시한 유혹 앞에서도,

독재자의 탄압과 신군부의 창칼앞에서 조차도

흔들림없이 목숨걸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

 

그가 품은 세상과, 그가 만든 역사와,

한 커다란 사내의 만만찮은 인생여정과

그 내밀한 삶의 철학이, 그리고 정치가로써의 모든 영욕이

이 두권의 책속에 진솔하게 녹았으니

부디

이나라 국민들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보길 권한다.

 

 

원없이 한세상을 신념으로 풍미하고 가셨으니 이제 편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