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2022 2012. 4. 6. 22:33

 

 

 

문득,

 

훌쩍 배낭하나 둘러메고 떠나고 싶단 충동조차 없어진 날들이

더이상 꿈꿀일이 없는 삶처럼 그냥 시들어 가는 건 아닌지,

쓸쓸한 기분이 아주잠깐 스쳤다.

 

배부른 투정이지.

매일보는 햇볕과 나무와 꽃들 아침저녁 불어오느 달디단 바람들이

일상이 되버린 지금

해마다 감동과 설렘이 줄어든단 걸 느꼈던 잠시...였던 것 같다.

 

 

이래서 끊임없이 필요한 예술,

재정적인 이유로 맘껏 못하고 있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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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간 바람이 무시무시하게 사납다.

사나운 바람을 헤치고

달처럼 눈부시게 피어난 매화

만개하기전 꽃봉오리를 따 매화차 우려 먹는다고

바람속에서 봉오리를 따는 내 거친손을 보며

뜬금없이 영화 사마리아를 떠 올린다.

인간들의 행태란 참...

 

매화,여린꽃망울을 제물로 벌이는 풍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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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身應是明月幾生修到梅花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
퇴계이황

 

매화를 놓고 수많은 시인들이 노래를 했지만

이 간단한 시 만큼 감동을 주는시는 별로 없다

 

매화가 달보다 몇급수 더 높은 경지에 있는가

퇴계선생의 매화사랑이 각별한 건 기생 두향이 때문이다

두향과 헤어진후 20년이 넘도록 한번도 만나지 못한채

임종에 들면서 마지막으로 남긴말이

"매화에 물주거라"(두향이 이별선물로 매화분을 줬다)

였다는데

매화꽃봉오리 따 차 우려먹는다면

돌아가신 퇴계선생에게 혼쭐이나 나지 않을까...

 

객적은 생각이다.

 

 

서울 다녀온다.

이곳 바람으로 치환되지 않는다면 가끔 다른 바람도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