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간 담벼락에 화초를 심다
50넘어 환갑을 바라보는 머슴의 감성치곤 칭찬해 줄만하지 않나요.
물론 마님의 요구이긴 해두요.
머슴, 자기 감성에 부합하거나 작업공정이 어렵지 않다 판단되면
행동력 하난 정말 끝내준답니다.
별거 아니지만
이만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지
필설로는 다하기 어려울 정도이지요
내참, 기본취향은 비슷하나 디테일에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해
조그만 작업 하나에도 머슴은 버럭버럭 소리 지르고
마님은 눈치보고 전전긍긍하기 일쑤랍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머슴이 갖고있는 힘이 마님에겐 없으니 부리려면 달래야지요
아마 동네 어르신들이 보기엔 한심하다 할 것이어요
우리집 마당에서 위의 시멘트담벼락이 젤루 거슬리는 곳이지요
암튼 그 거슬리는 담벼락에 입식 수돗간을 설치하느라 쌓은 저 돌도 머슴솜씨랍니다
참 이뿌지요 그 위에 시멘트 벽돌은 마님솜씨인데 해놓고 보니 아쉬운게
저 벽돌을 반듯하게 쌍아 올릴 것이 아니라 끝선을 들쑥날쑥 쌓다 말거나, 한쪽이 허물어진 듯 하게
쌓았어야 했다는거지요
어제 벽돌위 약6cm 공간에 화초를 심고 보니 더욱 그렇다는 것이어요
하지만 돌이킬 수는 없어요. 그럭저럭 만족할 수 밖에
돌틈에 나오는 풀은 노란꽃을 피우는데 말로만 듣던 애기똥풀이라네요
그 이름을 알기전에 머슴은 저 풀을 죽어라 미워 하더니(여기저기 너무 많이 난다고)
애기똥풀이라고 석주언니가 일러준뒤로
저 풀이 갑자기 사랑스러워 보인다네요
암튼 , 버럭버럭 성질 부릴땐 정말 오만밉상이긴 한데요
수돗간을 저렇게 가꿀 줄 알고, 애기똥이라는 말에 담박 사랑을 담을 줄 아는 심성이 있어서
종종 용서가 된답니다
내가 사진을 찍으며 실물보다 이뿌지 않다고 툴툴거리자 머슴이 카메라를 채어가 찍은 사진이네요
훨씬 괜찮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