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고치고, 꾸미고
별것도 아니라겠지만.
발작2022
2013. 4. 25. 23:26
서울에 눈썰미 고운 친구가 있어,
몇년전에 한번 다녀갔을 뿐인 내집 부엌의 그림속 색깔과
맞춘듯이 똑같은 빛깔의 그릇셑을 택배로 보내왔다.
어차피 수납할 찬장도 따로 없던터라 선반일부를 치우고
늘어놓으니 그림과 더불어 벽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 것 같다.
감사전화를 하며 물어본즉,
일부러 산 건 아니라 해서 덜 부담되어 좋고,
대신 꽤나 수고스럽고 번잡한 과정을 거쳐 얻어온 거라하니
그 마음씀씀이가 크게 다가와 고마운 마음은 더욱 커졌다.
선물은 그 경제적가치 보다는 선택해서 전달하기까지의 마음씀과
주는 방법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해야 제대로 빛이난다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요따위 작은것 하나에도 주방 씽크대 앞에 서는일이 즐거우니
살수록 모든 행도 불행도 티쿨만큼 하찮은 것으로 비롯된다는 큰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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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초엔가는 부산을, 말경에는 서울을 돌아다니며 오랫만에 쇼핑을 했었는데
설렘과 흥분속에서 이물스럽게 파고든 우울감이 있었다.
그건 아마, 시골살이 5년동안 많이 잊고 잠재웠다고 생각한
소비와 소유에의 욕구, 그 달달한 유혹을 끊임없이 부채질하는 대도시에서
결국 스멀스멀 기어드는 패배감 때문이었을 게다.
그리고....돌아와서 바로 잊어버리는
이 아메바수준의 단세포적인 뇌를 소유한 내자신을 참 다행이라 감사한다
부산에서 무쟈게 싼값으로 득템한 손뜨게 테이블보 하나로 우울감은 씻어버렸다.
얼마나 아름다우신지, 밥도 커피도 훠얼씬 맛있다.
책도 머릿속에 꼭꼭 박히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