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놀면서, 노느니, 놀이삼아

5박6일간의 여정, 셋째날

발작2022 2013. 8. 28. 20:34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에덴민박집에서

우리모두,10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모두가 늦잠자기라면 어디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선수들이니 나로서는 감사할 일이다

여기서 '우리모두'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 되시겄다.

무려 다섯밤을 같이 자고 하루 24시간을 붙어 돌아다니다 보면

크고작은 선택과 결정을 끊임없이 내려야 하는 상황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럴때, 갈등과 반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면,

구성원들의 배려와 인내심이 가장 큰 덕목이겠지만

아~~~생존에 필요한 수많은 인간관계 만으로도 그거슨 상당히 벅찬일이므로

생활전선을 뒤로하고 자유하게 떠나는 마당에 있어 멤버를 선별하는 일은 중요하다

 

여행을 같이 하기 좋은 구성원이란

일단은 아주 기본적이며 생태적인 생활리듬이 맞아줘야 하고

(여행중에 새벽에 일어나서 기다리다 짜증내는 사람들과, 늦잠 자고 싶은데 쿵쾅거리며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내는 사람들끼리의 조합이란....생각만으로도 피곤하다. 여행 후 반드시 찢어진다고 한다)

보는 것과 듣는 일에서 감탄사가 나오는 지점이 맞으면 좋고, 웃을때 타이밍이 맞아야 재밌고

무엇보다도 놀이문화에 대한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해야 한다. 

 

.......

 

일케 쓰고보니 슬며시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

난 그녀들을 나에게 좋은 구성원이라 생각하는데...

그녀들도??.....................................음 잘 모르겠고...자신없다

 

왜냐하면...이날, 내가 심하게 밉상을 떨었기 때문이다.

 

늦잠 실컷자고 일어나서 바로 걷기 시작해야하는데

아차차...그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산자락 바로 밑에서 숙박을 하는

모험?을 강행하다니...

산밑에 아침식사를 할 곳이 변변히, 아니 매점외엔 식당이라는 곳이

아예 없는 지역이란 걸 생각치 못했다.

어제 아침도 컵라면으로 때웠는데...

평소에도 아침에 눈뜨자마자 암~~~것도 하는 일 없이

배가고픈, 왕성한 식탐과 식욕을 자랑하는 내가 급 당황할 일이다.

그러므로 구시렁대며 징징거리고 심지어 짜증까지 내며

굶고 어터케 산행을 하느냐고 진상을 떨었던

일이....음 심히 부꾸러운 기억으로 떠오른다.

성질 좋고 인격되는 그녀들...참 잘 참아주고, 뿐만 아니라 

매점들어가서 컵라면이 아닌 라면과 공기밥까지 챙겨먹여주며

나으 원초적인 분과 화를 달래주던 그녀들에게 새삼 감사 인사전한다.

이대목에서 귀여운? 목소리로 다시한번 션하게 날린다

 

"아임 쏘쏘쏘리.앤 생스어랏" 복 받을껴!!!

 

 

 

 

 

소백산2자락길 코스는 산행으로 시작한다.

삼가리야영장~초암사~ 죽계구곡~소수서원

총 12km 구간이라던가...

중요하지 않다. 걸을 수 있을만큼만 걷다가 싫으면 말고..가 우리들의 여행컨셉이니..

 

 

 

 

 

 

 

 

 

소백산자락이 발아래 펼쳐진 땅에 세운 정자

 '만고상청루'에 대한 설명이 짧게 있었으나 무식한 내가 잠깐동안 인지하기는 무리다.

누가 설명해준다면 고맙겠고, 아니면 각자 검색해보길...

 

 

삼가 야영장에서 약 2km쯤 오르니 작은 산장겸 주막이 나온다.

소백산치맛자락이 발아래 펼쳐진 자드락땅 정자에서

나그네 서넛과 주인장 내외가 지나는 우릴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낸다.

알고보니 전날 어스름한 저녁무렵 히치하이킹중에 세윘던 차에 이미 만석이라고

거절한 차주들이란다.

사람좋아보이는 주모?가 우리일행을 알아보고 반가이 아는체를 하며 막걸리 한잔을 권한다.

무슨영문인지 이날 한잔의 막걸리에 전혀 취기가 오르지 않은 기적?이 일어났다

한모금에도 얼굴이 벌개지고 바로 취기가 몰려오는 나로서는 참으로 기적같은 일이었다

풍기 순흥 막걸리란다. 어쨎든 막걸리 맛도 일품이었다.

구수하고 궁퉁맞아 보이는 주인장은 자신의 산장에서 묵을 수있는

첬번째 자격조건을 사람냄새나는 사람이라 했다.

물론 말 뿐일 수 밖에 없는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도시에서 살다 산속을 택해서 사는 사람들의, 최소한의 경제적 행위로만 삶을 영위하고

물질보다는 다른영역의 것들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 들인다.

사람냄새라...무슨의미인 줄은 알겠으나,

지구상에서 공존하는 모든생물체들과 비교할 때 과연 사람이, 사람으로 사는일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이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군소리가 길어졌다.

 

쥔장의 성품이 느껴지는 물건이다.

막걸리는 주모가 쏘고 우리의 방장께서 거금 삼천냥 투척하신 곳.

 

 

 

 

 

 

 주막에서 20여분 쉬고 20분 걷다가 숲속에서 또 쉬고...

 

 

 

산길을 걸으며 또 한차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오~느으을도 걷느은 다~~아~`마아는

정처 어~없느은 이~~바아알기일.

 

비로봉과 초암사로 가는 갈림길에서 한고개 넘어서쯤에 

진도아리랑을 신나게 부르며 내리막길을 걷다가 한여사!

과도한 춤사위 끝에 자갈길에 미끄러져 무릎부터 정강이까지 좌악 긁어버리는

사고를 치신다.

(이대목에서 인간극장 엔딩음악을 깔아주셔야 하는데...)

가던길 멈춰서서 신속한 응급처치 후, 하산

 

 

 

 

죽계구곡 맑은물에 발담구며 또 쉬고 구운계란 까먹으며  쉬고 또 쉬고..쉬고,쉬고

방장의 휴식시간

 

 

죽계구곡 5리길(내맘대로 추측한 거리)은 한군데도 버릴 것이 없이

물이 맑고 투명하고 아름답다

맑은물 웅덩이마다 선녀탕으로 이름 붙이자면 선녀 수백명은 하강하셔야 할 듯.

 

 

 

 

 

죽계구곡까지 잘해야 6km 남짓 걸었을까

소수서원까지 마저 걸으면 4km...

힘이 남는다면 영주시까지 걸을 수 있을만큼 걷다가 이동하여

영주한우로 저녁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나....

 

죽계구곡을 다 걸어내려와 산행지도를 살피고 있을때,

에궁, 머슴 일내고 말았다.

응원과 격려차 산아래 주차장에 와있단다.

짐작하고 예견한 일이었지만 일케 이른시간에 나타나실 줄이야.(오후4시경)

위문공연이 혼자서는 악할 것 같으이

적절?한 멤버들까지 동원하시고 나타나시었다.

 

삼일째,겨우 몸풀리고 걸을만하며 이력이 붙으려던 참이라

4km 아래 주차장에 가서 기다리라 하고(1시간여 기다렸다)

다시 걸었다.(걷다가 바로 후회...내가 그렇지 모)

 

 

 

 

 

 

 

산밑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머슴이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물어봤더란다

길이 험하지 않더냐고..

등산객이 답하기, "어지간한 장애인도 걸을 수 있을만한 길인걸요" 하길래

"장애가 좀 심한데요" 했더란다. 으이구...

그랫! 나 장애다 어쩔랫!

 

 

 

 

 

이날은 오후 약 4시간 걷고 접어야 했다.

펜션을 하나 잡아서 한우와 채소 몇가지를 사다가 구워먹는 쪽으로 의견일치를 보았고

간소한 가무를 곁들인 술판을 벌인 후, 일찌감치 취하신 방장, 먼저 침대 차지하고 눕고

각자 잠들고 싶은 순서대로 편안한 자리잡아 잠들었다.

 

 

 

 

 

 

셋째날 일지....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