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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천만원으로 내집장만을 하다

발작2022 2009. 7. 23. 20:57

어쨋거나 일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평소의 신념답게 이 대책없는 집을 사고야 말았다

아무리 다 쓰러져가는 시골집이라지만 싸긴 엄청 쌌으므로...천.만. 원.

마이갓!... 천만원이라니

서울에서라면 단칸 월세방 보증금도 안되고, 아파트 도배장판 수리비 밖에 안된다는 천만원..

 

몇년전부터 막연히 시골가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기시작한 건

단순, 나이탓이었을까

혹자는 배부른 감상이라 하고 전원생활에대한 철없는 동경이라고도 했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내 가난은 보다 구체적이고 훨씬 구차했었다.

부러 버리지 않아도 더이상 버릴 것 없이 점점 비워져만 가는 생활은

급기야 풀안포기 자라지 않고  창밖으로 나무한그루 보이지않는 삭막한 도시

지하철 1호선으로 가는 곳..거기...까지 떠 밀려가기에 이르렀다.

 

가벼이 쓰려했는데 비장해진다...ㅠㅠ

 

"이젠 쌓아놓기 보담 버려가며 살 나이지...겸손하게"...라며

속보이는 허세로 포장할라치면 똑똑한 친구들은 꼬집는다.

아주 아.푸.게...

"더 이상 어떠케 겸손할래 니가...ㅉㅉ"

 

옛날 우리 어렸을 적 가난은 구수하고 소박한데가 있었다

물론 다 같이 가난했었으니까 라는 다아는 얘기 말고

그땐 비슷한 사람들끼리  소집단으로 어울려 살며 익명이 보장되지 않던 구조덕에

단순 먹거리  뿐 아니라 나누고 공유하던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었다.

 

내가 살던 그 도시는 철저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

대도시 어디에 그렇지 않은 곳이 있으랴 만은

이런저런 사정들로 인해 각지에서 떠밀려 들어온 사람들이

토박이들이 갖는 애향심도 긍지도 없이  그저 부박한 삶에 쫒기듯 사는 곳.

문화도 향기도 색깔도 없고...해체된 가족과 종종 싸움과 시비만 있던곳..으로 기억되는

거기가 정말 싫었다.

 

귀농이거나 전원생활이 아니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그만  장황해졌다..

딱 한마디로 정리하면 (밉상으로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종종듣던말)

패배자의 귀향.. 물론 지금도 그건 아니라 말하고 싶다. 간절히

 

그 도시에서 무려 5년을 견디고 호시탐탐 탈출만을 꿈꾸며 살았더니 드뎌...

기회가 왔다 ..기나긴 설득과 회유와 협박끝에...

작년 3월에 강원도 봉평에 셋집을 얻어 나의 시골살이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남편은 서울에서 앵벌이 시키고, 나는 팔자좋게 시골에서 텃밭이나 일구고..흠냐

 

그무렵 일기장에 쓴 글을 인용한다

...하늘에 무수한 별들과 저 바람과 숱많은 나무들이

내 가난과 마른영혼을 따숩게 덮어주리라 믿는다...이제 순응할 일만 남았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