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일기
2월이 시작되면서
몸 보다 먼저 마음이 바쁘다
조급하게 기다리던 봄 때문인가
바람이 어제와 다르고
추위의 색깔도 달라진 2월,
절기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안다.
입춘....
진작에 설계해놨던 식탁과 찬장을 짜야 할 것이고
설이 지나 손없는 날 받아
장도 담궈야 하지.
.......
몇일만에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가
철저히 혼자인 시간이
존재를 증명 한다.
음악도,시도, 나무도 바람도
이럴때만 완전히 내 것인양.
빈집/윤제림
울타리에 호박꽃 피었고
사립문 거적문 저렇게 활짝 열려 있으면
주인이 멀리 안 갔다는 표시였다.
옛날엔,
그런 날이면, 들판을 지나온 바람이
대청마루에 누웠다 가곤 했다.
뒤꼍에 말나리 피었고
방문 창문 저렇게 활짝 열려 있으면
주인이 멀리 갔다는 표시다.
지금은
오늘 아침에, 역수장마를 따라온
황톳물이 사흘을묵고 떠났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내집 마당에 우두커니 서서
산골짝 깊은 곳 외딴집에
쳐박히고 싶단 간절한 생각이 들 만큼
번다하고 복잡한 몇일이었다
일곱산 어린 조카의 재롱잔치를 빌미로 움직인
상경엔
옥경과 그녀 남편의 초대를 시작으로
사랑하는 벗들과의 술자리와
이제는 일탈이라 할만한
노래방가기...
싼집순례 쇼핑하기등...
하찮지만 한때는 일상이었을 것으로,
미흡하나마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쇼핑한 바지를 입고 up!
노래방을 즐기지 않으니 오랜시간을 만났는데 그의 노래는 첨듣는다
음색이 좋다
그녀와 그의 침묵엔 몇가지 아니 몇십가지 이유가 있을테지...
다 헤아릴 수 없어 미안할 뿐...
골덴 자켓 만원 체크바지 만오천원 골덴치마 5천원
외에, 민소매 셔츠 오천원 긴팔셔츠 오천원 세무분홍스커트 오천원
훌륭한 쇼핑이었다. 봄맞이 준비 끝.
돌아와
그와 함께하는 일상들에 늘 감사한다.
냉골이 된 방에 불부터 때더니
춥다고 이웃에 몸 녹이러 간사이
쌀씻어 밥을 안치고 김치찌개를 끓인다.
한끼 때우고 들어가자 한말에
역정을 내곤 미안했던지...
그는 먹는다는 행위에 지나치게 초연?하고
나는 또한 지나치게 집착?해
종종 부딪힌다.
상극이 대립하니 이제 먹꺼리 얘기만 나와도
서로가 예민해져 싸울일이 아닌데도
싸운다.
서로에게 얼마나 밉상일지 알면서...
정아 정아 뚝뚝 떨어져라....주문을 왼다.
이틀만에 상경길에
또 싸운다. 기억도 나지않을 일을 빌미로...
연애초에나 할 사랑쌈이 아닌,
정말 미워서 싸우는 싸움은 이제 지겹다.
아예 관계가 끝나야만 끝이날 싸움인지...
난 대수롭지 않다는 듯 혼잣말 처럼 던진말인데
버럭버럭 역정을 낸다.
묻는다
내 말투에 짜증이나 역정을 유발하는 기운이 있는지
날 아는 그대들
반드시 솔직한 답을 해주길...
......................
바람이 수런수런 하고
엉덩이 밑 구들이 뜨거워
더는 못참겠다
삭정이들 주우러 산언저리라도
기웃거려야지...
빨래 눈부시게 삶아빨아 널은날
해와 바람이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