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2022 2010. 3. 9. 16:26

 

 

일어나 창밖을 보니

흰눈이 소복하게 마당을 덮고있다

 

어느새

소리도 없이 왔는고

시인의 감성을 가진이들은

눈이오는 소리도 듣는다던데...

퍽퍽 잠이나 자다니

 

날은 궂고 몸살은 왔으니

게으름을 피우다 피우다

간신히 불을때고

며칠전 부터 벌여놓은 막장담그길 마무리 한다.

 

 

벌써 언젠고

메주갈아놓은게...

지난 금욜인가 부다.

 

뜯어서 말린 메주를 물에 대강 씻어

곱게 찧는다.

잘말랐으면 물에 헹구지 않고

방앗간에 가서 갈기도 하는데

날씨가 좋지않은 관계로 바싹 마르지 않아 할 수없이 절구질을 했다

 

옆집에 돌확을 빌어 두시간 가량 절구질 하다가 사망하는 줄 알았다

공이만 3kg쯤 되는 걸로 돌덩이 같이 딱딱해진 메주덩이를  가루로 만든다는 건

아! 고행이다.

뒷산에 뻐꾸기라도 울었으면 같이 따라울었을

서러운 한나절...

그날따라 마을엔 인적이 아예없었고

가는비만 오락가락 했으니

그날밤 꽁꽁 앓았더라는 얘기.

 

그리고

그 다음다음날

보리쌀을 씻어 가마솥에 푹푹 삶았다

이건 머슴을 시켰다.

  

 

삶은 보리쌀 소쿠리에 건져놓고 또 하루

대단하다. 귀차니즘의 극치.

 

삼일째,

이번에는 위의 가마솥에 엿을 고았다.

 

엿과 보리쌀과 메주가루를 넣고 버므린다.

소금과 고춧가루 고추씨 가루도 넣고

끓인물 약간, 다려놓은 젓국도 조금,

 

이웃집 경희씨가 와서 버므리는데

사실 그전부터 적당한 재료의 비율을 물어보았으나

정보입수 실패,

걍 자기가 와서 해준단다.

재료의 양을 설명하기가 어려운가 그부분은

아직도 소통불가다.

수치로 환산되어야 하는 그 모든 것들,

이를테면,거리라던가, 소요시간 이라던가 등.

 

버무려 놓고

내일쯤 간을 다시보고 소금량을 조절하란다

왜 당장이 아니고 낼인지는 아직 모른다.

모르는게 참 많기도한 김천살이

 

그러다 그 담날은 또 몸살이 왔고

오늘,아직도 몸살끼가 오슬오슬한데...

자 일 벌여놓고 몇일만이냐

 

소금 더 넣고

항아리에 옮겨 담기까지...거의 닷새만인가

암튼 끝났다. 막장담기

막장...이름이 참 거시기하다.

 

 

그나저나 마당에 빗방울이 떨어져

항아리를 마루에 들여놓고 옮겨담았더니

저물건 저자리서 꼼짝도 안하네

천상 머슴올때까지

저러고 있으랄밖에...

멋모르고 메주 대빵큰거 두장을 했더니

그 양이 수미산을 능가할정도다

그가 엄마표 막장을 먹고싶다 노래를 해서

해보았지만

난 친정에서 막장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막장은 된장이나 간장처럼 오래 묵을수록 맛있는 것이 아니란다

딱 일년먹고 마는것을

저걸 다 어쩔꼬...

 

그러니

줄을 서라...막장먹고싶은 사람들

택배는 그대들께서 부담하시고...

맛은...보장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