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고치고, 꾸미고

무엇을 빌어볼까

발작2022 2010. 3. 11. 12:42

가난한 장독대 하나 만들어 놓곤....

 

 

 

시골살이 하면 가장 하고싶었던 일 중 하나가

빨래 하얗게 해

햇살좋은 하늘아래 줄지어 널고

반들반들 윤나는 항아리들 늘어놓은

장독대를 만드는 일이었다.

 

 

 

 

빨래든, 장독안의 장이든,

해가 거들어야 마르고 익을일 이니

오랜 기다림끝에 나와준 햇살이

타관객지 떠돌다 온 서방보다 반갑다.

 

부엌담 모퉁이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항아리들은

된장과 함께 익어갈 염원을 담고,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고,

마당에서 펼쳐질 크고작은 일들을 추억으로 담고

나와 함께 늙어갈 것이다.

 

 

 

무훈장구 빌어줄 아들 없으니

장독대에 정화수 한그릇 떠놓고 무엇을 빌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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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빌어야 할지 망설이다니

배가 부른건지 겸손하질 않은건지

빌어야할 것이 너무 많은건지

 

종교적인 삶을 평생 살아본 일이 없어

祈福을 한다는 일이 어색하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내 양심에 근거해... 불편하다.  

생애 암것도 한일 없이 바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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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 할일은 참 많다.

정화수 떠놓고 회개라.................................................

 

그래도 서방 돈좀 많이 벌게 해달라고 딱 한번만 빌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