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큰 관심도 상식도 없는터라
다기라고 해봐야 구색도 안맞고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몇몇 지인들로 부터 한두개씩 받은 마음이 담긴 선물들이라
동안에
제집하나 없이 아무곳에나 들어 앉아있던 것이 신경이 쓰였더랬다.
가벼운 나무 툭툭 잘라 간단한 모양으로 선반을 달아주니
어우 그럴 듯 해...이제서야 제 집을 찾아들었다.
몇일 전 어느날 나의 공방에서 만든 첫작품이다
아! 공방?
헛간을 정리하고 허접한 작업테이블 하나 만들어 놓은게 전부지만
누가 알겠는가
예술의 산실로 자리매김 할지....
이름하여 얼렁뚱땅 공방, 쫄지마 공방, 적당기술공방
소화기능이 약해졌는지 위의 상태가 커피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석주언니 졸라 다기장 좀 채워달라 했는데 요번 기회에 우리차로 관심을 돌려야 할 것 같다.
그젠가 석주언니집에 가서 어린 매화잎을 띄운차로
조선선비 풍류 흉내내기
위의 유려한 곡선의 우아한 도자기는
도천 천한봉선생의 초기작품이다
물론 이방면으로 지독히도 무식한 나는
그분의 작품세계와 명성을 전혀 모른다
몇일전 석주언니집을 방문해 술자리를 가졌었다.
언니가 도자기를 빚는사람이니
집안곳곳에 생활자기부터 찻잔 찻사발 화기 달항아리등 각종 도자기들이 즐비하니
화제가 자연스레 도예 쪽으로 흐르고 소장하던 도자기들을 자랑하던 중에...
딱 걸렸다...!
내눈에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저 병(정확한 명칭이 있으련만)이 매우 내 맘에 든다 했더니
정샘 왈..."에이 해일씨 보는눈이 없으시네요, 저 건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니예요" 한다.
헐~~~저리도 아름다운 것을... 곡선이나 색감이 내 눈에 따악 들었는데...
전문가들의 견해로 보는 가치와 명성이 무에 중요해
내가 그런 안목이 없거니와 선생이 버린 작품일지언정 내 눈에 좋으면 그만인것을...
저 병에다가 휘어지고 구부러진 홍매 한가지 꺾어 꽂으면
그걸로 족한것.
어쨎거나 저물건은 정샘부부가 30여년을 소장하고 있던것이고
도천선생의 초기작품이라 어찌어찌하여 손에 넣었는데
나의 집요한 탐닉에 감동?하여 정샘 술김에 확 내지르셨으니
그날밤 밤을 새워 발등을 찧으며 후회하진 않으셨는지...
암튼 천한봉선생의 이력을 검색해보니
대한민국 제95-19호 도예명장
무형문화재 32호. 사기장.
1974년 일본 사쿠라가와라는 일본인의 초청으로
맥끊겼던 조선막사발을 완벽하게 복원해낸 도예명장.
그후 일본으로 수출하는 도자기가 한해에 15만불로 동탑산업훈장 수여로
30여년전에 이미일본 한류열풍을 일으킨 주역
(*막사발 : 조선백성들이 밥그릇으로 때론 김치그릇으로, 막걸리잔으로
필요에 따라 용도변경하면서 쓰던 한마디로 雜器다.
그 막사발을 일본인들이 고려다완이라 부르며
16세기 조선에서 가져간 높이 8.8cm짜리 투박한 막사발을
국보로 지정하며 일본 상류층의 명기로 자리잡는다)
얼마전 문경에 그분의 미술관이 건립됐고
지금 그분의 다기셋트나 찻사발등은 몇백에서 몇천만원까지 거래 된다고 한다.
결정났다.
저것을 우리집의 가보1호로 지정했으며
대대손손 물릴 것으로.
'만들고, 고치고, 꾸미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당... (0) | 2012.05.13 |
---|---|
마주보는 두집이 경쟁을 하듯 (0) | 2012.05.10 |
부엌선반, 부엌덧창 칠하고, 의자리폼하고 (0) | 2012.04.06 |
우리가 추구하는바... (0) | 2012.03.25 |
오늘은 또 요따우 짓을 (0) | 2012.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