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 치렁치렁한 광목커텐 떼어내고 가벼운 레이스 걸쳐놓고
테라스에 여름햇빛 차단용 커튼을 바꾼걸로
공간 확장의 효과를 기대해본다. 아는사람은 다아는
코딱지만한 집이자나...
올봄은,
그새 시골살이 매너리즘에 빠진건지
마당에 들에 지천인 꽃송이 한가지 꺾어다 꽂지 않고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마을 고샅길을 지나
고추밭 풀매러 가는 길에
산에는 흰구름같은 아카시가, 산비탈 언덕마다에는 상여꽃 같은 하얀찔레가,
발아래로는 홀연히 홀연히 풀물든 흰토끼풀들이
저마다의 향과 자태로 날 유혹해
그예, 꺾고 말았다.
내가 한짓 아니다.
온통 하얀색 일색의 몽환의 구름속같던 길에
오월의 바람이 거들어
취한몸짓으로 벌인일이다
덕분에
밥을먹고 똥을누고 궂은 음식물쓰레기 설겆이에
고추밭에 풀을매는일 조차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던,
요 몇일간.
레이스가 자꾸 좋아지는것도 늙어가는 조짐이라던가... 아뭏든 나이든여자의 취향이 맞는데도
무턱대고 좋아하는 건 아니다.
울집, 이 시골집, 적당히 촌스런 컨셉에 맞으니 좋아하는 것이지.
해넘이 직전 어스름한 저녁무렵
꽃가지 몇송이 꽂아놓고
커텐을 닫고 실내에 작은 조명등 하나 둘 밝히고 들어앉아
혼자 듣는 음악만으로....오롯이 혼자인 그시간
추모를 하든, 누군가를 그리워 하든, 멍때리고 한시간쯤 있든,
심심해서 코를파던....
무엇을 하든, 자유롭다.
머슴은 마당을 가꾸는 재미에 푸욱빠져 산다
위 두가지 나무작품은 머슴것이다.
소나무둥치 한땀한땀 파서 만든 것
그림을 그리는 일도 어쩜 내겐 집을 꾸미는일중에 하나인지 모르겠다.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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