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무리한 마당고르기 작업으로
초저녁 부터 아침나절 까지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는데
용바위골 암자에사는 비구니 한분이 찾는다.
내집에 두번째 방문이다.
성직자가 보이는 최소한의 위엄이나 자비심조차 없어보여
여염집아낙과 다를 바 없는 호기심과 욕심이 날것으로 드러나 보이는 스님은
그러나
탐진치를 설파하며 오십이나 먹은 교활한 나를 순진?하시게도 가르치려 든다.
직업정신을 발휘할 양이면 지식으로 라도 무장하시던지
탐진치라...
욕심을 버리면 고통에서 해방되고 만병이 치유된다니
아주 오래전 젊은 나이에 이 말에 매료됐던 적이 있더랬다.
돌이켜보니
설마 그 말을 실천해볼 엄두를 내봤을까 만은, 마치 말의 주술에 걸린듯이
무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이후의 삶의 행적이나 이력을 보면 그렇다
평범한 인간이 결코 실천할 수 없는 일을 지침으로 하고 살자니
욕심혹은 욕망을 드러내고 표현하는데 솔직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능력한 자신을 포장하고 변명하는데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오십이 넘은 지금 생각은 좀 다르다
고통도 쾌락도 사람의 것이고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므로
오욕칠정으로 부터 진정 자유롭다는 건
그걸 부정하는게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특히 욕망에 충실하게 사는 삶이 훨씬 건강하게 살수 있다는 것.
욕망을 표출시키고도 편안한 지점이
타인에게 누가되지 않는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난 욕심이 시키는데로 살고싶다고 얘기해 줬다.
탐진치말고 사는얘기나 자분자분 했으면
여염집아낙 같은 스님하고 친구라도 하련만...
사람마다 욕심이나 욕망의 대상도 어차피 다 다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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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인 관계로
낯선이들이 마을을 종종 돌아다닌다
선거운동하러 다니는 아줌마들은 우리집앞을 지나다 한마디씩 한다
집이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고...
의례적인 인사치례인 줄 알면서
난 짐짓 뽐내면서도 겸손한 척 받는다.
뭘요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요...
주말내내 비가왔다
보라색 안개꽃이
머슴의 감성을 건드렸나 보다
조용히 카메라 들고 나가더니 찍어왔다
쓸데없이 애들마냥 블로그놀이 한다고 핀잔하더니
은근히 살짝 협조해준다.
뒷산에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는데
장화신고 나가더니
채반에 하나가득 따다 담아주며
언니와 나를 위한 선물이란다
방에 들여다 놓으니 향이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 같다.
찔레꽃 꺾어 꽂고 싶다했더니
말없이 나가서 한웅큼
꺾어다 직접 꽃꽂이까지 해서
갖다준다
당신이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준다며..
단, 돈안드는 일 한도내에서
향이 에로틱하다.
시골각시 한테서 나던 분내
여름으로 가는 마당도
차츰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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