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놀면서, 노느니, 놀이삼아

낭만에 대하여

발작2022 2010. 5. 29. 23:21

 

 

먹고사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고 급급해도

바쁜틈틈이 요따위 작은 재미를 모르면

무에 사는 낙이 있을까요...가진게 많지도 않은 삶에

 

 

 

 

 

 

 

 

 

 

해가  뜨거워지기 전

고추밭에 지줏대 세워주고 오는길에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었더군요

한수레 꺾어다가 집안 곳곳에

꽃잔치를 벌였네요

 

이시대 마지막 낭만주의자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건만 

그는 꽃꽂이 솜씨도 탁월하답니다.

 

사실 이 찔레꽃 줄기가 말이죠,

곧질 않고 구부러지고 휘어지기가 제멋대로라

화병에 예쁘게 꽂기가 무척 어렵거든요 

 

 

 

 

 

 

 

 

그의 지인이 그려주었다는 달마圖

그가 무척아끼는 그림인데요

찔레 한다발 바치고 심혈을 기울여

찍은 사진이네요... 

 

 

.................................................

 

 

 

 

 

감자 몇알 묻어놓은 산비탈 밭에는

작은 둠벙이 있지요

난 이곳을 모네의 연못이라 부르지요

모네의 수련그림이 몇천만원을 호가 한다지만

갤러리에서 보는 그림이

찔레그림자 속에 노는 산 우렁이들을 실제로 보는 것 만큼의 감흥이야 있겠습니까

그야말로 畵中之餠이지요.

 

 

여름 한나절 감자밭 풀매다가 

 뻐꾸기 울기 시작하면

호미 팽개치고 앉아 같이 목놓아 울어도 좋을

적막한 곳.

생태계에서는 탄생과 죽음의 회귀지점이 바로 둠벙이라던데

내겐

실존과 낭만이 교차하는 지점이지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뒷모습이 혹시 쓸쓸해 보이나요

아님 한가로이 편안해 보이나요

어떻게 보이든

뒷모습에 작은 표정 하나라도 보았다면

당신도 낭만주의자예요

틀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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