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대기

사람 참 어럽다

발작2022 2011. 5. 16. 03:47

 

 

 

 

지난 4월초엔 김천여성복지회관에서 주최하는

여성새로일하기쎈터 집단상담(희망취업+)프로그램과정을 이수했다

 

왜냐고...는

굳이 묻지들 마시길

생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99%와 취업희망1%라고 말하기엔

속절없이 늙어가는 머슴에게 너무 미안하므로..

 

그시간이 상당부분 유익한 시간이었기로

별 무의하달 수 밖에 없는 까닭은

내가 할 수있는 일과 나를 필요로 하는 일사이에는

요단강만큼이나 넓은 거리와

彼岸과 此岸의 경계만큼이나

서로 너무 다른 직업군이 존재하기 때문이란 걸

새삼 확인할 수 밖에 없었기에.

 

 

....................................

 

 

수업 마지막과정에

이력서 작성법과 면접준비와 모의면접 시간을 제외하곤

자기성찰의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수업내용 대부분은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하여 자신의 장단점,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잘하는일

하고 싶은 일과, 되고 싶은 사람,

가치관과 세계관등을 생각해보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자기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동안

내린 결론은 이렇다.

 

끝내 인간은 타인은 커녕 자기자신도 잘 모른채

살아간다는 것.

 

참가자 16명중 나와 한두명 빼곤

나머진 자기자신이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사람이라 소개했다.

내가 보기엔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사람 한명도 없어보였는데...도 말이다.

 

나는 사실 젊은 날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며 염두에 두는 사람이었는데

제멋대로인 사람처럼 보여졌었고

지금은 오히려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서 자유롭다 생각하는데

주변에선 그렇게 날 생각치 않을꺼란게 또한 내생각이다.

 

 

시선과 가치의 기준차이에서 생기는 오류쯤이라 해도

이쯤에선 자신조차 모호해지니 결국 모른달 밖에

 

 

하고싶었던 얘긴 이게 아닌데 길어졌다.

 

 

예의로 포장된 적당한 인사치레와

솔직함으로 둔갑한 무례한 감정표현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늘 혼란스럽고 상처받는 인간관계를 말하고 싶다.

 

 

어제 있었던 일이다.

이웃집 경희씨가 앞집 천년고집씨에게

일꺼리를 소개했다.

올해들어 세번째 일자리 알선이고 이번일은 사과나무 접과하기다.

물론 아주 단순하고 쉬운일이다.

 

일 나가기 이틀전 경희씨의 사과밭에서 접과하기 연습을 좀 해보라며

자기가 직접 천녀고집씨에게 말하긴 그러니

나와 같이 두어시간 와서 접과 연습?을 하길 권하라 했다

물론 내가 받아들이기론 연습의 중요성(소개해준 사람의 입장이 있으니 서투르면 미안하겠지)도

있겠지만

단순노동 혼자하기 너무 지겨워 말동무로라도 핑게삼아 부탁했을꺼라 추측해본다.

 

이럴경우 그녀의 진심이 뭐든

크게 내일에 지장받지 않는다면 잠깐일지언정 기꺼이 동참해 준다.

 

 

그게 이곳의 정서다

 

 

 

조심스럽게 천년고집씨에게 내가 물었다

 

그의 대답은.. "무슨 연습은..저 바빠요"

 

그닥 급할 것 없는 일로라면 나도 바빴거늘

 

 

 

여긴 박씨 집성촌이다. 그리고 과수농가가 대부분이다.

삶의 방식이 당연히 도시하곤 사뭇 다를 수 밖에 없다.

누대에 걸쳐 뿌리내리고 살던 사람관계는 다 사촌이고 오촌이고 아짐이고 동서지간이다

바쁠땐 니집 내집없이 다같이 팔 걷어부치고 품앗이로 일을 거들며 사는

공동체적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싫든 좋든 우리가 선택해서 들어온 마을인 이상 내팔뚝이라고 내맘대로 휘두르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이웃들에게 아무 피해 안주고 아무런 도움 없이 산다해도

온 마을이 바쁠때 전원이나 즐기자고 태평하게 노는일이 공연히 미안해 질 수 밖에 없는

또 미안해야 하는 것이 최소한 사람의 도리란 것이다. 

 

하물며 사소한 것일지언정 이웃들의 도움을 끊임없이 필요로 하며 사는 생활에

어찌 그리 단칼에 거절할 수 있었던 건지

 

 

자기 것은 시간도 공간도 습관하나도 놓고 싶지 않아 하며

자기가 받은 모든 것은 다 사소하고 하찮게 여기는 것 같이 보인다.

 

 

이기(利己)적이란 말은 꼭 금전이나 재물에 대한 욕심만은 아닐 것이다.

 

앞집 천녀고집씨를 통하여 또다른 이기심을 종종 보는일이

요즘 유일한 불편한 일이다.

 

본인은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저 무심한 성격이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무심함이야 말로 지독한 이기심이라 말하려 한다.

 

 

무심함이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을 때 나오는 행동이다

또한 가끔 하는 배려조차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 주도적이라면

과연 그것이 진정한 배려라 할 수있는 건지

 

배려든 도움이든

그것을 받는사람이 필요한 때 해야 하는 것이지 내가 하고싶은 때 하는 것이 아니잖은가.

 

어쩜 표현력 부족으로 인한 냉정함이 이기적으로 보인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사람이 담고있는 마음과 생각은(특히 따뜻함이거나 고마움 애정같은 것들)

그가 어떤 성격의 사람이든 상관없이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되고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런것들이 표현하지 않는다고 전혀 드러나지 않아 종잡을 수없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런 일련의 정서가 부족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한다

 

왜 그가 시골에 살고싶어 했는지 요즘

부쩍 궁금하다.

 

그리고 종종 안타깝다.

대개의 귀촌인들이 도시의 북대김과 협소함, 그 여유롭지 않은 상황들이 싫어

도시를 떠나는 거라 생각해보면

그가 좀더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넉넉하고 여유있게 마을과 사람을 품으며 살았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다.

 

그리고

내가 이제껏 쓴 모든 것들이

나의 오해 이거나 오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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