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가 야
시계소리 밖에는 들리는 것 이 없 다.
전깃불에 지쳐서 사각의 초록 양초를 켜 놓았구, 그 작은 떨림의
빛은 어둠의 평화를 밝혀 주는 것 같다.
한해가 숨을 몰아쉬고 있구나
운명을 하려하는데 난 무얼로 조의를 표하면 좋을까.
뜨거운 정열이 있으면 좋겠다. 빛나는 지성이 있으면 더욱 좋겠지.
아니야 진실이 필요할 것 같구나.
넌 어느 걸 택하겠니 난 가진게 없단다.
해서 줄 것도 없으니 불행하지.
경신년의 여름은 추웠지? 비도 많았구.
그러니 정열조차 함께 식어 버렸지 뭐냐. 아마 그래서 여행이
그렇게 헤식은 것이 되어 버렸나 보다.
신유년의 여름은 뜨겁게 불사르자 마음까지 화끈 달도록 말이야.
닭이 새벽을 알릴 때 까지 책도 읽어야 겠구나.
빛나는 지성도 있어야 하니까.
너무 지나친 정열은 지성만이 다스릴 수 있다는 건 물론 알겠지?
그래 넌 나처럼 소름끼치도록 이성적인 계집애니까
나의 군소리는 에너지의 낭비일 뿐일꺼야
하지만, 그것 모두 가슴 속 깊은 곳의 진실 없이는 한낱
풍경소리에 불과할 뿐이란다.
절간에서 풍경소리만 들려서야 되겠니 목탁소리랑 염불 소리가
있어야 제격이지.
신유년엔 할 일이 많구나
그중에서도 가장 필요한 건 진실과 정열과 지성이 겸비된 사랑이 아닐까 싶다.
여자 나이 스믈셋이면 love story를 창작해낼 나이거든.
원래는 결혼두 할 수 있는 나이지만 어디 그럴 수야 있니
사랑부터 하는게 순서인 걸................................
...................................
...암튼 난 참 좋은 친구가 있어서 기분 좋다.
말다툼 해 본 기억이 없구나. 둘 다 지독히도 너그러운 체?
그러나 난 널 진심으로 사랑해 ~
훗 날 서로 조금씩은 다른 면이 들어날 때 도 두렵지 않게
나를 보여주마. 넌 틀림없이 그래야 하고..
.........................
언제 어느 때라도 찾을 수 있는 네가 되고 내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럼 새해에 보자 안녕 198012280135 金가
...................................
이제 단지 늙어 죽을일만 남은 노파처럼
오래전 편지뭉치들을 정리하며 과거를 헤집다가...
울고 웃다.
바람이 차던 지난밤, 장작타는 냄새 가득한 사랑방에서
빛나던 젊음과 치기어린 열정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 그 시간
다신 오지 않을것들,
..에 대한 알싸한 그리움으로
그만 참지못해
늦은 시간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었다.
스믈셋이라니...
여린 순 같던 나이에도 사려깊고 영민했던 친구는
위의 편지에서 내게 한 약속을 충실하게 지켜
지금까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내 옆에 있는 친구다.
이미 세상을 버린 친구도
사소한 오해로 멀어져 버린 친구도
지난 시간속에선 울며 웃으며 생생한 사랑으로 남아있고.
진실을 담아 보내온 숱한 편지들중엔
당시, 내가 철없고 교만하기만 해서 간과하고 놓쳤던
소중한 인연들도 많거늘...
두고두고 후회만 하는 삶이다.
.................
평소 생각은 이렇다.
나이를 먹어 죽음이 가까울 쯤이면
내게 소중하고 손때묻은 물건이나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편지 일기장 등은
고집스럽게 끼고 앉아 군내 풍풍 풍기지 말고
내손으로 정리하기...
그러나 대개는 언제 그죽음이 올런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자식들에게 지청구 먹기 일쑤인 터,
짐작컨대,
추억을 반추하기도
메말라 삭정이같은 감성만 남은 너무 늙은 나이라면
대단 그리울게 무에 그리 있을까
해서 오십에서 육십사이가
적당하다고 판단, 어젯밤
시작한 일이었다.
울고 웃다 보니 아직은 남겨둘 것이 더 많더라 했다.
겨우,과거 오십삼분의 일 쯤
오늘 아궁이에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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