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대기

...모호하고 흐리고 불편한

발작2022 2010. 12. 21. 15:29

 

 

오십을 넘어 살도록 날 키우고 살찌우는데

바람한점 도운 것 없이 낯설기만 한 도시

김천, 

이사온지 겨우 일년여 만에

김천출신 작가를 우연히 만난일이 꽤나 반갑다.

 

시인은 이제 겨우 만 사십의 나이라던데

김천 어느 골짜기서 컸길래...

 

 

                         

문태준/                                   짧은낮잠

 

낮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꽃을 보내고 남은 나무가 된다

 

魂이 이렇게 하루에도 몇번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질 때가 있으니

 

오늘도 뒷걸음 뒷걸음 치는 겁많은 노루꿈을 꾸었다.

 

꿈은, 멀어져 가는 낮꿈은

친정 왔다 돌아가는 눈물 많은 누이 같다.

 

낮잠에서 깨어나 나는 찬물로 입을 한번 헹구고,

주먹을 꼭 쥐어보며 아득히 먼 넝쿨에 산다는 산꿩우는 소릴 듣는다

 

오후는 속이 빈 나무처럼 서있다.

 

 

                                         저녁에 대해 여럿이 말하다

 

세상 한 곳 한 곳 하나 하나가 저녁에 대해 말하다

까마귀는 하늘이 길을 꾹꾹 눌러 대밭에 앉는다고 운다

노란 감꽃이 핀 감잎은 등이 무거워 졌다고 말한다

암내 난 들고양이는 우는 아가소리를 업고 집채의 그늘을 짚으며 돌아 나간다

나는 대청에 소 눈방울만한 알전구를 켜 어둠의 귀를 터준다

들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찬물에 발을 씻으며 검게 입을 다물었다

 

 

하긴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난 또 대체 왜 이런지 

오늘 그의 시집을 사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다.

 

 

 

 

............................

 

 

 

 

이른아침 운전면허 갱신 껀으로

오랫만에 증명사진을 찍었다

 

예상은 했지만 사진은 충격적이다

70대 노파처럼 나온 모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적나나하게 

老醜가 들어나 외면하고 싶을 지경이다.

 

 

 

사진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할 수 없던 까닭은

그사람만의 개성이나 인성따위를 사진에선 도저히(그것도 증명사진에서) 포착할 수 없기에

그저 생물학적인 연식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부당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을 수정한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태도와 표정만으로

어쩜 그 보다 더 많은 교활함과 매끈한 말솜씨,혹은 작위적인 연출만으로도

실체를 감추고 속여 판단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굳은 표정으로, 그저 삶이 준 상처를 가감없이 들어낸 그 한장의 사진이

진실이라 인정한다

 

난 오늘 진실과 마주쳤다.

그리고

어김없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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