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렁대기

여전히 비

발작2022 2010. 3. 1. 18:36

자제를 하면서 마신 커피가 벌써

세잔 째,

 

이틀동안 내리는 비에 습관처럼 달라붙는 우울을 떼어내려

우산을 들고 마당에 서성이다

희망의 싹을 보았다.

 

작년11월 마늘쪽 100여개 묻어놨던 텃밭에

한줄기 빛처럼 파릇한 싹이 올라왔다

하찮은 것일지라도 농사를 짓는 사람의 정성과 노력을 가벼이 볼일은 아닐 것이나

미천한 우리가 알 수 없는 더 큰 힘과 질서에 의해 태어나고 소멸되어 지는 것들

 

컴컴한 날 오전부터

노년의 쓸쓸함으로 가득한 영화(whales of august /1987 린제이 앤더슨감독/베리데이비드원작)를 보며

머지않아 닥칠 나의 노년을 생각하니

울컥 목이메인다.

 

영화 속에서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지만

자매가 곧 맞닥뜨릴 죽음앞에서 처음으로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해본다

어찌 사랑하는 사람과 노년을 같이 보내겠는가

죽음 앞에서 슬픔은 고스란히 남겨진 사람의 몫이라 생각했는데

처참히 늙은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먼저 떠나는 자의 슬픔은

남겨진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클꺼라는...

 

 

60이거나 70의 노인들이 아니라

실제나이 80이 넘은배우들이 그나이 그내로 나오니

사진으로만 남은 젊고 아름다웠던 과거를 추억하고

그 추억조차 퇴색해

죽음만을 기다리는 노년의 삶

 

늙는다는 건, 그것도 팔십넘어 구십이 다되도록 늙어 산다는 건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그 어떤삶도 과거의 영광을 다 누리지 못하고

그저 단지 죽어갈 뿐...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런데로 자족하련만.

 

 

 

 

 

.....................

 

여전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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