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한 지난밤
더운구들방을 피해 마루로 나가 보니
눈이 펑펑 나리고 있다.
저만치 오던봄이
나의 호들갑에 놀라 뒷걸음 친게지...
저녁무렵엔
숙이 전화를 해 안녕함을 묻고,
자신은 우울증이 무서워 하릴없이 여기저기 무료 인문학 강좌를 듣고 댕기다
집으로 들어가는 중이라 한다.
짧은 통화중
나의 가난을 통찰했고,
사회가 보장해주는 견고한 가족의 틀 밖에 있는 우리의 외로움을 확인했으며
미구에 닥쳐올 노년의 두려움을 다신한번 실감한...음울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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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헛것을 봤던게야
흔적도 없다
소복했던 눈.
얼마전 터키여행을 가겠다던 J는 여행가기 며칠전부터
강남 모 성형외과병원에서 피부관리를 받는다더니
오는날 공항서 이런 문자를 날렸다
'터키부호 접선실패,
티키 늙은 부호들에게 팜므파탈한 자신의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받았다던 피부관리가 제대로 안먹힌건지
그녀의 싱싱한 안부에
김천살이...조금 갑갑해지려 한다.
아니다. 김천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그' 이다.
그의 최대인생목표와 작전은
나의 행동반경줄이기와 내 눈가리고 귀막기다.
크게 궁금할것 없는 세상이련만,
그래도 가끔
어디론가 튀어나가고 싶다.
이국의 낯선것들이, 일상에서 걸러낸 예술적인 것들이
그립고, 그 모든것들이 뭉텅거려져 만들어낸 문화라는 이름.
그사치를 못해 목마르다
해마다 들쑤시던 봄바람에 휘둘리던 생활
김천내려와서 잦아들긴 했다만 ...